어떤 음식인가
룬빙(潤餅, 대만 민난어로 jūn-piánn)은 튀기지 않은 춘권이에요. 종이처럼 얇은 밀전병으로 익힌 채소와 고기, 달걀을 감싸 손으로 들고 먹어요. 튀긴 춘권과 달리 말고 나서 다시 익히지 않아요. 흔히 넣는 속은 양배추, 숙주, 당근, 소시지, 마른 두부, 돼지고기, 채 썬 달걀지단이고, 땅콩가루와 설탕, 고수로 마무리해요. 남부에서는 춘쥐안(春捲)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어디서 왔나
푸젠 남부와 차오산 지역의 호키엔·차오저우 요리에서 온 음식으로, 그곳에서는 popiah나 lun-piã라고 불러요. 대만에 호클로 사람이 많아서 이곳에서도 흔한 음식이 됐고, 필리핀의 lumpia라는 말도 같은 호키엔어 이름에서 나왔어요.
흔히 한식절(寒食)과 연결해서 설명해요. 불 피우는 것이 금지돼 데우지 않아도 되는 음식을 먹던 날이에요. 한식이 청명 바로 앞이어서 그 습관이 청명으로 이어졌다는 거예요. 지금도 성묘하는 날이면 가족이 모여 룬빙을 말아 먹고, 무덤을 정리한 뒤 묘지 옆에서 먹기도 해요. 작고한 음식 작가 한량루(韓良露)는 다른 이야기 두 가지도 기록했어요. 하나는 몽골이 중국 남부를 침략했을 때 조상 제사용으로 고안됐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명나라의 리(李)씨 성 여인이 군인 남편을 위한 간편식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예요.
대만 북부에는 음력 설 전에 집안에서 여는 연말 잔치에서 룬빙을 먹는 집도 있는데, 푸젠 퉁안에서 온 풍습이라고 해요.
만드는 법
피는 밀가루와 물로 만든, 아주 질고 잘 늘어나는 반죽에서 시작해요. 요리사가 반죽 덩어리를 쥐고 달군 철판 위에 한 번에 빙 둘러 문질러요. 얇은 막이 들러붙어 몇 초 만에 굳으면 떼어 내는데, 숙련된 사람은 철판 두세 개를 한꺼번에 돌려요. 속 재료는 따로 익혀 접시에 차려 둬요. 피를 펼치고 속 재료와 땅콩가루를 올린 뒤 단단한 원통 모양으로 말아요.
먹는 법
집에서는 각자 싸 먹는 음식이에요. 특히 청명절에는 모두가 나눠 놓은 접시에서 속을 골라 피에 싸요. 노점과 야시장에서는 말아 놓은 것을 일 년 내내 팔아요. 손으로 들고 먹어요. 땅콩가루를 얼마나 달게 할지 묻는 노점도 있어요.
대만 각지에서는
- 타이난
- 신잉과 바이허에서는 이 지역 국수인 더우차이몐(豆菜麵)을 넣는 경우가 많아요. 한량루는 타이난 출신 어머니와 할머니가 속 재료를 20가지 가까이 차려 놓던 모습을 기억했어요.
- 가오슝
- MRT 메이리다오역 밖의 San Dai Spring Rolls(三代春捲)는 60년 넘게 룬빙을 말아 왔어요. 피는 밤새 만들고, 롤마다 작은 피 조각을 하나 더 넣어 국물 때문에 피가 터지지 않게 해요.
- 북부
- 북부의 룬빙은 더 촉촉하고 덜 단 편이고, 홍국 돼지고기(紅糟肉), 달걀 튀김 부스러기(蛋酥)를 넣고 설탕은 조금만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이란에서는 같은 피로 땅콩 아이스크림 롤을 만들어요. 깎은 땅콩 엿과 아이스크림, 고수 한 줄기를 넣어요.
- 남부
- 남부의 룬빙은 더 보송하고 달아요. 설탕 섞은 땅콩가루를 듬뿍 넣고, 조린 돼지고기, 소시지, 새우, 표고버섯 같은 속을 채워요. 노란 유몐(油麵)을 넣는 곳도 있는데, 할머니가 말아 주던 룬빙에 들어 있었다고 기억하는 남부 사람이 꽤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