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인가
어란(烏魚子)은 숭어의 난소 한 쌍을 소금에 절여 단단하고 붉은 호박빛이 돌 때까지 말린 거예요. ‘검은 금’이라는 뜻의 烏金이라는 별명이 있어요. 값비싼 겨울 별미로, 섣달그믐 저녁상에 빠지지 않아요. 일본에서는 같은 것을 가라스미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지중해의 보타르가도 가까운 친척이에요.
어디서 왔나
대만의 숭어잡이는 적어도 17세기 네덜란드 통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청나라 시기에도 한족 어부들이 숭어를 계속 잡았어요. 숭어는 해마다 겨울이면 중국 대륙 연안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대만 남서부 앞바다에서 산란하고, 이곳의 숭어철은 동지 무렵이에요. 가오슝 체딩(茄萣)의 어부들은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온다고 해서 숭어를 ‘믿음직한 생선’이라는 뜻의 信魚라고 불렀어요. 그곳 선원들은 마쭈와 왕예 신을 모신 사당에서 점괘를 뽑아 어획량을 점쳤어요.
일본 이름 가라스미는 ‘중국 먹’이라는 뜻의 唐墨으로 쓰는데, 덩어리 모양이 중국에서 온 먹을 닮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음식 작가 리나이하오(李廼澔)는 대만 최초의 어란 공장이 생긴 해를 1909년으로 봐요. 그해 일본인이 나가사키에서 전문가를 데려와 기술을 가르쳤어요.
1990년대부터 어획량이 줄었는데, 오랫동안 회유 경로를 따라 잡아들인 것과 오염, 바다 수온 상승이 원인으로 꼽혀요. 연못 양식이 늘었고, 짧은 현지 철이 아닐 때 쓰는 생어란은 대부분 브라질과 미국, 호주, 중국 대륙에서 수입해요.
만드는 법
일꾼들이 암컷의 배를 갈라 한 쌍의 난소를 꺼내고 핏기를 남김없이 씻어 내요. 피가 남으면 산화하면서 어란이 거뭇해지기 때문이에요. 알주머니를 몇 시간 동안 소금에 굴리거나 소금으로 덮어 두고, 판자 아래에 눌러 납작하게 만들어요. 소금을 씻어 낸 뒤 모양을 잡아 말리는데, 예전에는 타작마당에서 자주 뒤집어 가며 햇볕에 말렸고 지금은 온습도를 조절하는 방에서도 말려요. 며칠에서 일주일쯤 걸려요. 좋은 어란은 붉은빛이 돌고 살짝 투명하며, 눌러도 지문이 남지 않을 만큼 단단해요.
먹는 법
얇은 막을 벗기고 미주나 수수로 빚은 증류주인 고량주(高粱酒)를 적신 뒤 잠깐 굽거나 팬에 지져요. 술에 불을 붙여 앞뒤를 그을리는 사람도 있어요. 너무 익히면 끈기가 사라지고 푸석해져요. 얇게 썰어 생마늘잎(蒜苗)과 흰 무 조각을 곁들여 먹고, 요즘은 사과나 배를 곁들이기도 해요.
대만 각지에서는
- 타이난
- 이제는 가오슝 앞바다가 숭어에게 너무 따뜻한 날이 많아서, 회유하는 숭어는 타이난 장쥔(將軍) 앞바다에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 남쪽의 옛 체딩 어장까지 내려오는 일은 드물어요.
- 가오슝
- 체딩(茄萣)은 숭어잡이 역사가 한 세기쯤 되고, 싱다항(興達港)에서는 한때 수백 개의 숭어 선단이 출항했어요. 바닷물이 따뜻해져 숭어가 오기 전에 발길을 돌리면서, 지금은 남은 배가 많지 않아요. 말린 어란은 항구의 저녁 어시장에서 팔아요.
- 중부
- 리나이하오의 설명으로는 대만 최초의 어란 공장이 있던 곳이 장화의 루강(鹿港)이에요. 생어란은 대부분 대만 중부와 남부의 전통 공장에서 가공해요.
- 남부
- 남서부 해안은 숭어의 겨울 산란지라서, 이곳에서 잡은 어란은 북부 것보다 더 잘 여문 편이에요. 핑둥의 둥강(東港)은 어란 가공으로 알려져 있어요.
